다시 맺기: 내면과의 연결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뭘 위해 이렇게 살아왔지?’ 하는 생각이 불쑥 들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잘 굴러가는데, 속에서는 뭔가가 멈춰버린 느낌. 예전엔 분명히 열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을 때요.

한쪽은 여전히 책임감과 의무로 살아가고, 다른 한쪽은 “나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만 살고 싶지 않다”고 속삭이죠. 그 두 측면이 너무 멀어지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이 공허해지고 가끔 이유 모를 짜증이나 무력감이 올라옵니다.

중년의 위기는 분리된 둘 사이의 간격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회복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라, 분리된 그 두 목소리가 서로 다시 이야기하게 하는 일입니다. 몸을 알아차리며 감정이 깨어나고, 억눌렸던 슬픔이나 열망이 이미지나 기억으로 떠오를 때, 비로소 영혼은 다시 “나” 전체로 살아납니다.

그래서 중년의 위기는 실패가 아니라, 영혼이 자기 자신을 다시 부르는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도서: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2021). 민담 속의 그림자와 악. 한국융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