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속 숨겨진 콤플렉스

우리는 누구나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품고 산다. 어떤 이는 그것을 열등감이라 부르고, 또 어떤 이는 그것이 돈이나 외모, 학벌에 대한 집착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심리학은 이처럼 우리를 은밀히 움직이는 힘을 ‘콤플렉스’Complex라 부른다.

연산호 감독의 2025년 영화 <얼굴 The Ugly>는 바로 그 콤플렉스를 다룬다.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남자와, 태생적으로 ‘못생긴’ 얼굴을 지닌 여자, 그리고 그들의 아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 속에는 아름다움과 추함, 성공과 수치, 드러냄과 감춤이라는 주제가 층층이 깔려 있다.

이야기의 중심 인물(권혜효 분)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지녔지만,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장인으로 칭송받는다. 보통의 서사였다면 그의 성공담에 초점을 맞추었겠지만, 이 영화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어떻게 수치심을 품게 되는가?”

“ 그 감정을 감추며 살아갈 때,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주인공은 타인의 인정과 사회적 성공을 통해 자기 가치를 증명하려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는 외면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기혐오가 가라앉아 있다. 그는 그 감정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간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없애려 한다.

융은 사람이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여기지만, 콤플렉스가 사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바있다. 콤플렉스는 단순한 결핍이나 약점이 아니다. 그것은 의식을 흔들 수 있는 에너지를 지닌 심리구조다. 억압된 콤플렉스는 꿈, 관계, 일상 속에서 예기치 않게 튀어나오며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을 외면할수록, 그것은 의식을 위협한다.

영화 속 인물처럼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살 것인가? 아니면 알아차리고 마주하며 의식적인 관계를 맺고 살 것인가?

콤플렉스를 의식화하는 과정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여정이다. 또 삶에 대한 시선이 변화된다. 감춰진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얼굴’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참고서적: 이부영 저(2011). 분석심리학. C.G.융의 인간심성론. 일조각

C.G. Jung, “Structure and Dynamics of the Psy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