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사회적 가면’과 ‘진짜 나’ 사이의 거리

우리는 모두 일종의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이를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C.G. Jung)은 *페르소나(persona)*라고 불렀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맡는 역할, 그리고 집단의 기대에 부응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적 기능이 페르소나다.

페르소나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인 자리를 만들고,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아를 발달시켜 나간다. 동시에 자아와 무의식 사이에 긴장이 생겨나는데, 내면의 진실한 감정과 외부의 기대 사이에서 균형잡기가 어려울 경우에 심리적 갈등이 생긴다.

페르소나는 “어떤 일정한 사회집단에만 통용되는 화폐” 같은 것이다. 이는 페르소나가 그 자체로 보편적인 진실이 아니라, 특정 집단이나 문화 안에서만 효력을 지니는 상대적인 기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때로 그 사회적 가면을 ‘진짜 나’로 오인한다.

오랜 시간 동안 페르소나와 자아를 동일시하게 되면, 내면 세계와 단절되고 정신적인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대인관계에서도 피상적인 만남만 이어지거나 깊은 친밀감이 어려워질 수 있다.

페르소나를 없애야 한다거나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페르소나는 우리의 외적인격이다. 다만 그것을 ‘진짜 나’와 동일시하지 않고, 구분해서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사회적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건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외부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내면과 단절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당신이 요즘 자주 쓰는 가면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가면 아래에 감춰진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인용글의 출처: 이부영 저(2014).*그림자*.한길사